작년 10월부터 시작한 글또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소감을 정리해 봤습니다.
글또 - 글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글쓰는 개발자 모임, 글또입니다
geultto.github.io
글은 썼지만...
저는 10개의 글을 제출했습니다. 총 12번의 글을 제출해야 하는 일정에서 한 번은 패스, 한 번은 글자수 미달로 미제출 처리된 것을 제외해서 10번입니다. 원래 한 달에 한 편 정도는 책 리뷰 글을 쓰고 있었기에 2주에 한 번씩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뭔가 책 리뷰 글은 따로 가져가고 글또에는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다룬 글을 제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개발 관련된 것들을 정리해서 제출했습니다. 막상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깐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공들여서 글을 썼느냐라고 물어보신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제가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글쓰기 능력을 발휘해서 회사 기술 블로그에 글을 투고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몇 개월간 했던 경험을 압축해서 글로 표현해야 했었는데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편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초안이 나온 이후로 과장 없이 백여 번은 수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을 알아주신 건지 많은 분들께서 글을 읽어주셨고 블로그 조회수 1위도 달성했었습니다.
그렇기에 글을 제출할 때 내 글을 큐레이션 후보에 넣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저는 한 번도 제 글을 후보로 넣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넣을 수 없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기만 해도 멋진 글을 쓰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런 쪽의 사람은 아니기에 제가 생각하는,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글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깐요... 한 편 정도는 꼭 큐레이션 후보에 등록하고 뽑혀보고도 싶었는데 그것을 못 하고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사실 아쉬울 것도 없죠. 제가 안 한 거니깐요...)
활동도 했지만...
글또는 글을 쓰고 제출하는 것 이외에도 구성원끼리의 자유로운 교류와 네트워킹을 장려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슬랙에는 지역 기반, 공통 관심사 등 다양한 주제로 수십 개가 넘는 소모임 채널이 만들어졌습니다. 회사 밖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간관계를 늘려보고 싶다는 것도 글또를 참석한 계기였기에 공통 채널에 올라오는 소모임 홍보 글을 보고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했는데요. 저는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고, 같은 채널에서 쓴 글을 공유하는 정도만으로도 커뮤니티 활동 욕구(?)가 충족이 되는 사람이라서 직군 별로 묶어 주신 글 제출 채널에 계신 분들과 우선 교류해 보고 조금씩 활동 범위를 넓혀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채널로 묶인 분들의 블로그를 보니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의 저자분들도 계셔서 좀 더 그분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글 제출 채널에서의 적극적인 네트워킹은 없었습니다. 딱히 제가 글 제출 말고 뭔가 하지 않았으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긴 하지만요...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기대했던) 모습은 글을 제출하면 채널의 모든 분들이 그 글을 읽어보고 코멘트나 피드백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적어도 제가 있던 채널에선 이것이 잘 이뤄지진 않은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해 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초반에는 몇몇 분께서 글이 올라오면 적극적으로 감상평 및 피드백 코멘트를 달아주셨지만 이런 것들을 함께 당겨주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부족했다.
- 현생을 살면서 2주마다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네트워킹까지 할 여유가 없었다.
- (적어도 이번 기수에는) 글 피드백을 반드시 해야 한다 등의 규칙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부담스러운 일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은 채널에 있지만 모두가 다른 목적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은 활동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활동을 하면서 바뀌셨을 수도 있죠. 단지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고 싶으셔서 참여하고 계신 분들에겐 그 이외의 활동들은 생각이 없거나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어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께선 정적인 분위기에서 나만 혼자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우실 것입니다. 다만 저 스스로에 대해서만 피드백을 해보면 스스로 먼저 나서진 못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열정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열심히 장작이라도 더 넣어봤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커피팻
연초에 커피챗을 했습니다. 비슷한 연차의 다른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과 퇴근 후에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진 않았는데요. 커리어 관련 고민이라는 공통 주제를 발견하고 긴 시간 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분께선 저랑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지만 저보다 훨씬 성숙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또 한 분께선 벌써 팀장 역할을 하고 계시는데 팀장이 되고 나니 보이는 것들과 고민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글또 활동 중에 가장 많이 기대했었던 것이 커피챗인데요. 리프레시도 되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다들 열심히 살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고요.
(추가로 글 제출 채널에 계신 분들과도 커피챗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정을 조율할 수 없어서 참석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습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법
사실 글또 활동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은 글또 그 자체입니다. 저는 글또 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가에 대한 간접 경험을 했습니다.
글또의 거의 모든 활동은 슬랙 봇과 워크플로를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기능을 슬랙을 활용하고 그 위에 봇으로 글또의 아이덴티티인 글 제출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간단한 명령어로 글을 제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버튼 하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사용할 때 이질감없이 부드럽게 이뤄집니다.
글또 운영진 분들은 직접 만드신 봇과 함께 커뮤니티를 운영하셨습니다.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스터디를 할 때도 운영 중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600명이 넘는 규모의 커뮤니티를 큰 문제없이 운영하신 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를 지탱하기 위해 녹아있는 수 많은 요건(?)들을 보면 모든 것이 다 치밀한 설계 아래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옅볼 수 있습니다. 기획, 개발, 운영... 모든 것이 지난 2018년 글또 1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만들어진 결과겠죠.
그리고 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진심을 느꼈습니다. 공지 사항 전파, 커피챗 조편성, 익명 대나무숲과 감사 편지, 심지어 슬랙 봇에서마저도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일관성 있게 한 방향을 보는,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좋은 것을 잘해보려는 진심을 가진 운영진과 그들의 진심을 느낀 구성원들. 모두의 선한 영향력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본 점이 제가 글또 활동에서 건진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글또를 만드신 성윤 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분이 보여주신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느낀 점이 많았기에...
맺음말
글또의 최신이면서 마지막 버전인 글또 10기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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