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조금 늦었지만 2024년 회고를 남긴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정리하면 좋을지 글을 적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원래는 두 편(개발자 편, !개발자 편) 이렇게 나눠서 썼지만 담백하게 한 편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승
퇴직, 그리고 새로운 도전
회사에서 2년 8개월간의 근무를 마무리하고 퇴직했습니다. 그간의 일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회고해보려고 합니다. 2021년 - 입사, 재택근무 21년 여름, 저는 회사의 신입 개발자 공채에 합격해 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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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정확히는 1월에 이직을 했다. 이전 회사에서도 조직개편으로 전배가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다 보니 당시에는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디로 이직했다고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블로그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옆 회사로 옮긴 느낌 정도일 거라서...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궁금했던 곳이고, 누구나 다 아는 그런 회사니깐 조금은 들뜬 마음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옆 회사로 가는 것이니, 조금 큰 전배 느낌이니 큰 부담 없이 선택했던 것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 1년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1년이었다. 내가 약 3년 간, 신입부터 쌓아 올린 경험과 업무 하는 방식이 먹히지 않았다. 내가 하는 생각, 제안 대부분이 거절당했다. 처음에는 이게 힘든 건지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누적이 되니 몸에서 신호가 왔다. 그제야 "나 지금 힘들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힘든 지는 좀 되었고, 연말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받아들인 셈이다.
어떤 상황을 만드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많다. 하지만 다 떠나서 관점을 나 자신으로 놓고 생각했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 굉장히 많은 고민 끝에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너무 안일했다.
여기서 안일했다는 것은 "이전 직장과 큰 차이 없겠지,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안일했다는 의미다. 같은 회사와 조직 안에서도 팀이 다르면 그냥 다 다르다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면 그 팀을 구성하는 사람이 다르니깐. 그런데 나는 이 사실을 간과했다.
내가 신입 때부터 쌓아 올린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법 이런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디폴트(Default) 값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는 그곳만의 디폴트가 있는데 이것이 내가 가진 디폴트와 너무 많이 달랐다. 그런데 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 나는 내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기에 그것을 피력했다. 왜냐면 이 디폴트로 나는 이전에 (적어도 내가 생각할 때는) 괜찮은 평가를 받았었고, 이것이 갑자기 뜬금없이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 나도 어디선가 배운 좋은 것이라서 이것을 팀에 전파하는 것이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악재로 돌아왔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나의 이런 모습은 적어도 그때 당시 팀에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처세를 못 했다.
나는 거짓말을 잘 못 한다. 얼굴에 티가 다 나는 사람이라 그래서 거짓말을 안 한다. 솔직하게, 단 무례하지 않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결국 나에게는 최선이고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고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이런 부분인 것 같다. 눈치가 없다랑은 조금 다른 것 같다.(사실 눈치도 없긴 하다.)
나는 나에게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 전혀 공감이 안 되는 이야기를 공감할 수도 없거니와 거짓말로 공감한다고 할 수도 없다. 나와 다른 의견이지만 그래도 존중하니 따라가겠다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은 상대방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의견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을 동의할 때가 있다. 내가 동의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깐 동의를 하는데 문제는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저 사람이 내 의견에 진짜 동의하는 건가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 한 것이다. 평소에도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인데 지인과 이야기하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처세를 못 했다(한다).
전
그럼 일 년 동안 건진 건 없을까? 그렇진 않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배웠다.
절망 편에 적은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한 여러 가지 부족했던 부분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면 된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 못 하는 것도 연습하다 보면 그래도 이전보단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했다.
힘들다 보니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이해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일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고유한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게 나니깐 받아들이자. 나는 세상의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내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알맞게 풀 수 있는 자물쇠는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결
여러 가지 의미로 정말 많이 배운 한 해였다. 이런 이벤트를 조금이라도 더 일찍 경험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작년에는 새로운 환경이라는 물속에서 첨벙첨벙 만 댔다면, 올해는 나름대로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수영을 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기술 주제도 생겼고, 나 자신의 내실을 체계적으로 다지려고 한다. 그래도 힘든 삶을 어찌어찌 살아가게 하는 건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가 되었다.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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